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의 일반 투자자 공모가 9월 21일 ~ 22일 진행되었습니다. 넥스틸에 이어 2023년 중 두 번째로 KOSPI 상장하는 기업이며, 2023년 기준 최대규모의 공모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150만 명의 투자자가 참여하여 33.1조 원의 증거금이 모이고 경쟁률 524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던, 국내 1위 협동로봇 업체 두산로보틱스(45910) 공모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No. 1, 글로벌 No. 4의 협동로봇 전문기업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과 관련 솔루션을 개발·제조·판매하는 두산 계열의 로봇 전문기업입니다. 협동로봇이라는 말이 참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잠시 협동로봇이 무엇이며, 두산로보틱스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협동로봇(Cobot)은 기존 산업용 로봇의 한계점(위험성, 높은 사용 난이도, 고가)을 극복한 차세대 로봇입니다.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상화작용하여 작업효율성 및 안전성을 높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협동로봇은 전통 산업용 로봇대비 작업자와 작업공간 공유여부, 가격 등의 면에서 장점이 있는데, 이로 인해 로봇 도입 장벽이 크게 낮아져서 기존에 로봇을 사용하지 않던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쟁력은 ①경쟁사대비 우수한 기술경쟁력, ②시장 레퍼런스입니다.
우선 기술경쟁력을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에 설립되어 2018년부터 협동로봇 4종의 양산을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글로벌 동종업체와 비교 시 가장 많은 제품 라인업(총 13종, 가반하중 5~25kg 커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글로벌 1~3위인 Universal Robots 5종, Fanuc 7종, Techman 10종 수준입니다. 특히, 현존하는 협동로봇 중 가장 높은 가장 무거운 중량을 운반할 수 있는 제품(가반하중 20~25kg)을 경쟁사 대비 빠르게 출시하여, 불과 3년 만에 가반하중 20kg 이상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시장점유율 7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장 레퍼런스를 살펴보면, 두산로보틱스는 해외수출 레퍼런스를 갖고 있는 유일한 국내 로봇전문 기업입니다. 현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 수준입니다.
공모개요
두산로보틱스의 공모가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서 밴드 상단인 26,000원(시가총액 기준 1조 6,853억 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이번 공모로 총 4,212억 원을 모집하는데, '23년 상장한 기업 중, 첫 번째 KOSPI 상장기업인 넥스틸, 유니콘 파두가 모집한 금액이 각각 345억 원, 1,928억 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큰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모가액의 위치
공모 참여 여부 및 매도 희망 주가를 정하기 위해서는 희망 공모가액 산출내역을 자세히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에는 PER 평가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전체적인 로직을 보면, 두산로보틱스의 2026년 추정 순이익을 현가화한 EPS에 유사기업 PER를 곱해서 산출한 상대가치 주당 평가가액 34,136원을 38.5 ~ 23.8% 할인해서 희망 공모가액을 정했습니다.
상대가치 주당평가가액 34,136원 = 2026년 추정 순이익을 현가화한 EPS 891원 x 유사기업 PER 38.31 |
유사기업은 업종, 재무, 사업 등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삼익THK, 라온테크, Fanuc, Yaskawa Electric 총 4개사로 선정하였고, 이들의 평균 PER 38.31입니다. 최근 5개년 KOSPI 상장기업의 평균 할인율 36.36 ~ 23.14%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사실, 협동로봇 기업에 관심이 조금 있으신 분들이라면 "유사기업에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뉴로메카는 왜 없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투자설명서상 이 2개 기업은 2023년 반기 영업손실을 기록하여 제외되었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협동로봇 제조산업이 이제 막 개화를 시작했으며, 순수하게 협동로봇을 제조하는 상장기업의 수가 적을 뿐 아니라, 유의미하게 이익을 내는 기업의 수는 더 적습니다. 그래서 PER 평가방법이 부적합할 수도 있지만, 상대가치 평가방법 중 가장 보편적이고 해당 산업 및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위험을 가장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라 사용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대신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적자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PSR 평가방법으로 산출한 기업가치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PSR 평가방법에서는 PER 활용 시 제외됐던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를 포함하여 5개 기업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5개 기업 모두를 활용했을 때는 희망 공모가액 밴드는 19,000 ~ 21,000원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협동로봇만큼 성장성이 높지 않은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유사기업군을 조정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유사기업을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와 PER 평가방법에서 활용한 해외기업 2개(Fanuc, Yaskawa Electric) 등 총 4개로 줄이면, 희망 공모가액 밴드는 대략 24,000원 ~ 29,000원으로 산출이 됩니다. 밴드 상단인 29,000원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조 9,275억 원이 되고, 공모가액인 26,000원 기준의 시가총액 대비 14.4% 높은 수치입니다.
마지막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를 직접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해외 판매실적이 없고 2023년 연환산 매출액 138억 원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2.3조 원입니다. 그런데 해외 매출비중이 60%를 넘고, 2023년 연환산 매출액이 473억 원인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1.7조 원이니 공모가 기준으로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현재 고평가 상태인지에 따라 두산로보틱스 공모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두산로보틱스의 기관투자자 경쟁률은 272.03대 1을 기록했습니다.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파두도 300대 1을 넘었는데, 두산로보틱스가 200대 1이라니, 기관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률은 종목에 대한 인기뿐 아니라 공모규모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공모규모가 작으면 경쟁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공모규모가 파두의 2배였던 것을 감안하며 그렇게 나쁜 수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기관 투자자들이 두산로보틱스와 공모가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신청가격 분포와 의무보유 확약입니다.
우선 신청가격 분포를 보면 기관투자자 100%가 밴드상단인 26,000원 이상을 신청했습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공모가액이 높으면 높을수록 마진이 낮아지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상단 이상을 신청했다는 것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높은 성장성, 유사기업의 시가총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시, 26,000원도 싸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 검토해야 할 것은 의무보유 확약입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의무보유 확약을 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성이 높고, 그에 비해 공모가는 충분히 낮다고 판단된다면,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기 위해 일정기간 보유할 것을 확약하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과 보유기간별 비율을 통해 기관투자자가 해당 기업과 공모가액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51.6%(물량기준)이 15일 이상 의무보유 확약을 했습니다. 특히, 비교적 긴 기간인 3개월 이상 보유확약이 전체의 37.8%에 달합니다. 2023년 중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이 1800대 1을 초과했던 마녀공장과 시큐센의 의무보유 확약비율이 각각 38.6%, 12.5%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유통가능 주식수
상장 이후 유통가능 주식수는 투자자의 수익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유통가능 물량이 많은 경우 상장 이후 대규모 물량 출회로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 상장예정 주식수의 24.77%입니다. 여기에 공모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까지 추가하면 유통가능 물량은 더욱 줄어듭니다. 기관투자자가 전체 공모물량의 55%를 배정받고, 이중 51.6%가 의무보유 확약에 해당된다고 가정하면, 유통가능 물량이 17.7%까지 감소합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 유통가능물량이 20~30% 수준이면 상장 당일에 주가가 우상향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두산로보틱스의 유통가능 물량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모자금 사용 계획
기업의 공모자금 사용계획에 따라 성장성에 대한 전망, 나아가 평가가치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공모자금의 대부분을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경상적인 운영자금에만 사용할 계획이라면, 기업의 향후 성장을 전제한 공모가의 정당성에 대해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두산로보틱스는 공모자금 4,162억 원(비용제외)의 86.8%를 타 법인 투자자금, 시설투자, 연구개발 등 사업확장에 사용하고자 합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협동로봇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발맞추어 기술을 개발하고 신규제품 라인업을 확대함으로써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두산로보틱스의 일반 투자자 공모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공모에 참여한 일반투자자가 약 150만 명으로 IPO 광풍이 불던 2021년에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약 180만 명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큰 공모규모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합산 경쟁률 524대 1, 종합비례 경쟁률 1045대 1을 기록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두산로보틱스가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협동로봇 시장에서 국내 No.1을 기록한 두산 계열의 대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모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니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기업의 우수한 내용대비 낮은 몸값과 적은 유통가능 주식수도 흥행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10월 5일 상장일의 주가추이를 통해 과연 그러한지 직접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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