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는 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책입안자부터 투자자들까지 물가지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CPI(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이 198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미 연준이 강하고 빠른 긴축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유례없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CPI(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CPI(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의 척도
2021년 5월 코로나19 백신접종과 함께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미국의 CPI 상승률이 5%대를 넘어섰습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2022년에는 역기저 효과로 인해 물가증가율이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022년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기미가 안보이자 미 연준은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물가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특히, 2023년 6월 13일에 발표될 5월 CPI이 중요한데, 6월 FOMC 전에 발표될 마지막 물가지수이고,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 이렇게 중요하고 기본적인 경제지표인 CPI이 무엇이며, 어떻게 산출되고, 어떤 식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지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CPI는 무엇인가?
미국 노동부 산하 고용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 매월 조사해서 산출하는 지수로, 미국 대도시 75개 권역에서 소비되는 상품 및 서비스 약 80,000개의 가격에 대한 평균 변화를 측정한 것입니다. 매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에 전월 데이터가 발표되고 상세내용은 고용통계국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CPI 종류
소비자 물가의 변화 양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CPI-U와 CPI-W,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로 구분됩니다.
CPI-U(도시 소비자물가지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CPI 지표로서, 미국 소비자 약 87%의 평균적 소비패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CPI-W(임금노동자 소비자물가지수)는 CPI-U의 하위지표로서 미국 인구 약 32%의 소비지출을 나타냅니다. 두 지수 간에는 지수 산출 시 사용하는 항목 자체가 아닌 항목별 가중치에 차이가 있습니다.
헤드라인과 근원 CPI는 지수 산출에 사용하는 품목에 따라 구분됩니다. 헤드라인 CPI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CPI 지표입니다. 근원 CPI는 가격 변동성이 큰 식음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입니다. 식음료와 에너지는 CPI의 25%를 차지하는 데다가 국제적인 수급 등에 따라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등락하는 경향이 있어 물가지수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이를 제외한 근원 CPI가 더 적합하다 할 수 있으며, 미 연준도 헤드라인보다는 근원 CPI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CPI
BLS는 지역별 CPI도 발표하는데, 발표주기가 상이합니다. 북동부, 중서부, 서부, 남부 등 4개 권역 및 시카고, LA, 뉴욕 등 3개 대도시의 인근지역에 대해서는 매월 CPI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20개 대도시에 대해서는 2개월에 1번씩 CPI를 조사합니다.
CPI는 어떻게 산출하는가?
매월 첫 3주 동안 미 노동통계국(BLS)이 대도시 75개 권역 내의 소매점 약 22,000개, 가정 약 4,000개를 대상으로 방문, 전화, 온라인 등의 방법으로 80,000여 개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조사합니다. 조사된 가격에 미리 정해진 항목별 가중치를 반영하여 최종 지수를 산출합니다. 이 가중치는 가계 및 개인의 실제지출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년마다 조정합니다.
CPI는 기준시점(1982~1984년)의 가격이 100으로 고정된 채 가격 변화만을 반영하는 라스페이레스 방식으로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4월 CPI가 303.36인데, 기준시점 대비 물가가 3.03배라는 의미입니다.
CPI는 왜 중요한가?
CPI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 소비자 물가는 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가계의 입장에서 물가의 급격한 상승은 구매력 약화, 실질임금 하락 등으로 이어져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가계가 평균적으로 수입의 약 95%를 소비하고, 미국 GDP의 약 67%가 민간 소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계의 소비여력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 인건비 등이 상승되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은 상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본비용의 상승에 따라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유보하여 미래 성장에 대한 전망이 약화되기도 합니다.
-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시장금리 상승요인으로서 채권 및 주식시장,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물가지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참고로 PCE에 대한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 대로 미 연준은 CPI 보다는 PCE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CPI 후행 지표이어서 경제를 전망하거나, 경기변곡점을 예측하는 데는 유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침체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나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고, 회복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나 물가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2023년 4월 CPI는?
2023년 5월 10일에 미국 4월 CPI가 발표되었는데, 전년 동월 대비 4.9%, 전월 대비 0.4% 상승하여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미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는 높지만, 2021년 4월 이후 최소 상승폭이며, 2022년 6월 9%를 돌파한 이후 10개월 연속 둔화되어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4월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은 CPI 항목 중 가중치 44%로 가장 높은 주거 관련 비용이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8.1% 올랐으나, 전월 대비 0.4% 올라 상승세(1월 0.7% → 2월 0.8% → 3월 0.6%)가 완화되고 있습니다.
4월의 물가 하방을 지지한 것은 가솔린과 중고차 가격의 상승이었습니다. 가솔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2% 하락하였으나, 전월 대비 3.0% 상승했습니다. 중고차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6.6% 떨어졌으나, 전월 대비 4.4% 올랐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사실 금융시장의 주요 관심거리는 아니었습니다. 경기 후행 지표일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난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되었고, 백신 접종 확대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전례 없는 고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미 연준은 강하고 빠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는 과연 긴축 사이클에 끝에 와 있는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설명되어 있는 CPI(소비자물가지수)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바탕으로 6월 13일에 발표될 5월 CPI, 나아가 6월 FOMC 회의록, 의장의 성명서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이라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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